늦은 밤, 온 마음을 다해 하나의 글을 완성하고 '발행' 버튼을 누릅니다. 세상에 또 하나의 작은 점을 찍었다는 조용한 만족감과 함께, 내일 아침이면 몇 명의 낯선 이들이 이 작은 점을 발견해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잠이 듭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소박하지만 소중한 의식과도 같은 순간이죠.
우리가 글을 쓰는 이 공간은, 사실 '구글'이라는 거대한 세계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그 세계의 법칙에 순응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키워드를 고민하고,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이정표를 세웁니다. 그 세계가 우리에게 보내주는 방문객이라는 작은 선물에 기뻐하며, 때로는 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보이지 않는 독자와 희미한 유대를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 모든 소통이 끊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어제까지 분명히 존재했던 내 글이, 구글이라는 세상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색인(Indexing)이라는 명부에 이름이 오르지 못한 채,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하는 유령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그때부터 창작자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검은 상자(Black Box)'라 불리는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앞에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기 시작합니다. 혹시 제목에 금지된 단어를 썼을까, 이미지의 크기가 너무 컸을까,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오류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 수십 개의 SEO 규칙들을 강박적으로 점검하며, 보이지 않는 심사관의 기분을 맞추려는 듯 글을 고치고 또 고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대부분 침묵뿐입니다.
물론 구글이라는 거대한 성 안에도, 분명 우리와 같은 '인간'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종종, 자신들이 만들어낸 그 위대한 '알고리즘'을 위해 봉사하는 역할을 자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 속 인간들처럼, 자신들이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기계를 위한 양분을 공급하는 존재임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서늘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세상의 어떤 상점이라도, 내가 찾는 물건이 진열대에서 사라졌다면 우리는 직원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혹시 이 제품, 재고가 없나요?", "언제 다시 들어오나요?" 그러나 구글이라는 거대한 세계에는, 우리의 질문에 답해 줄 직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이용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포럼의 단편적인 조각들과,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세요"라는, 너무나도 원론적이어서 때로는 공허하게 들리는 공식 가이드라인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때로는 낡고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던 한국의 검색엔진들은 오히려 훨씬 더 '인간적'입니다. 그곳에는 나의 질문에 실제 인간이 답해줄 것을 기대할 수 있는 문의 창구가 존재하고, 제한적이나마 직접 방문하여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도가 막혔을 때조차,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라는 최후의 보호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 앞에서는, 우리는 그저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의 고아와도 같습니다.
나의 간절한 질문은, 마치 메아리 없는 허공을 향한 외침과도 같습니다. 어디에도 실질적인 문의 창구는 없고, 나의 문제를 들어주고 해결해 줄 단 한 명의 담당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깊은 무력감에 빠뜨리는, 이 거대한 시스템의 가장 서늘한 얼굴입니다.
한때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이라는 순수한 모토로 세상을 열광시켰던 젊은 기업이, 이제는 세상을 지배하는 거대한 권력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들이 잃어가는 초심의 온기가, 어쩌면 오늘 사라진 내 글 하나의 무게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이 세계의 법칙일지도 모릅니다. 절대자의 변덕에 순응하며, 때로는 그가 내리는 축복에 감사하고, 때로는 이유 모를 시련을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하얀 페이지를 열고, 오늘의 생각을, 오늘의 기록을, 오늘의 감정을 담담히 새겨나가는 것뿐입니다.
사라진 글의 행방을 쫓는 것을 포기하고, 그저 오늘의 글을 쓰는 이 밤. 어쩌면 우리는 검색 로봇이 아닌, 이 거대한 하늘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이 작은 목소리를 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당신도, 나와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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